5060세대가 필름카메라 브랜드를 고르는 진짜 이유
"학창시절 처음 만난 여친과 첫 아이 돌사진을 찍었던 회상 장치"
필름카메라 시장에서 5060세대의 선택은 묘하게도 트렌드와 비켜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힙하다"고 찾는 모델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추억 속 브랜드를 고르는 경향이 큽니다. 스펙보다 손맛, 화질보다 사연…
그래서 오늘은 많이 팔린 브랜드가 아니라, 5060 아버지 세대가 다시 찾는 필름카메라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니콘, 캐논, 올림푸스, 라이카, 미놀타)
1. 니콘 – “이건 내 인생 카메라였다”는 고백이 가장 많은 브랜드
5060세대에게 니콘이라는 브랜드는 카메라 회사 그 이상입니다. 대학 1학년때 처음 만난 여친을 찍어줬던 카메라, 신문사·관공서에서 처음 만진 업무용 카메라로 그 시작점에 늘 니콘이 있었습니다.특히 니콘 FM, FE 시리즈는 “이걸로 아이 돌사진 찍었다” “결혼식 때 친구가 빌려줬던 카메라다” 같은 사연이 붙어 다닙니다.
요즘 중고 시장에서 니콘 FM2가 다시 비싸지는 이유도 성능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시절의 손의 감각과 셔터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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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함 보다는 심플하면서 강한 신리감을 주는 니콘 FM2 |
니콘 FM·FM2 – “찰칵”이 아니라 “탁” 하고 끝나는 셔터
니콘 FM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써본 분들은 셔터 소리를 잊지 못합니다.가볍게 튀는 소리가 아니라 짧고 단단하게 닫히는 금속음으로 “찰칵”이 아니라 “탁”에 가깝습니다.
사진을 찍었다기보다 기계를 작동시켰다는 감각이 남죠.
와인딩 레버는 또 어떻습니까.
헛도는 느낌 없이 잘그락 거리면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마치 손끝으로 기계식 시계 태엽 감는 감촉이 전해집니다.
외형은 투박하지만, 검은 무광 바디, 직선 위주의 디자인.
화려함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군용 장비 같은 신뢰감이 있습니다.
니콘은 그래서 카메라가 아니라 시간을 다시 사는 도구가 됩니다.
2. 캐논 – 조용히 가정의 역사를 기록한 브랜드
캐논은 화려한 전설보다는 집안 앨범 속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브랜드입니다.A-1, AE-1 같은 모델은 사진 동호회보다 가족 행사에서 더 많이 쓰였습니다.
아이 운동회, 부모님 회갑연, 첫 해외여행의 순간들이 캐논의 셔터를 통해 기록됐죠.
5060세대가 지금도 캐논 필름카메라를 찾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회사 카메라는 우리 집 이야기를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감정적 신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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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필름카메라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캐논 AE-1 |
캐논 AE-1 – 기계가 아니라 ‘가전제품’처럼 친근했던 카메라
캐논 AE-1의 셔터 소리는 니콘보다 한 톤 부드럽습니다.금속음이긴 한데 어딘가 고무 패드가 한 겹 깔린 듯한 소리로 처음 카메라 잡은 사람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둥글둥글한 곡선, 은색 상판에 검은 가죽 바디.집 거실에 올려놔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클래식 카메라하면 역시 캐논 AE1입니다.
휴대성도 당시 기준에서는 꽤 괜찮았습니다.
“오늘은 그냥 들고 나가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카메라.
그래서 캐논은 전문가의 도구라기보다는 가족의 카메라로 오래 남았습니다.
3. 올림푸스 – 작아서 그래서 더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
젊은 세대에게 올림푸스 PEN은 ‘레트로 아이콘’이지만 5060세대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였습니다.당시만 해도 크고 무거운 SLR은 남자들의 취미, 작고 가벼운 카메라는 가족 여행용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올림푸스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카메라였던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그 선택이 참 현명했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녔기에 사진이 더 많이 남았고, 그래서 기억도 더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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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위한 작고 예쁜 필름카메라! 올림푸스 OM-1n |
올림푸스 PEN EE·OM 시리즈 – 작다는 게 이렇게 큰 장점이 될 줄은
올림푸스 PEN을 처음 들면 대부분 같은 말을 합니다.“이게 진짜 카메라 맞아?”
그만큼 가볍고 작습니다.
셔터 소리도 “찰칵”이라기보다 “틱”에 가까운 얌전한 소리.
와인딩 역시 과장 없이 조용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순간조차 주변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외형은 더더욱 특이합니다.
렌즈가 튀어나오지 않고 바디와 거의 일체형. 그래서 가방에 넣어도 부피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 작은 몸집 덕분에 올림푸스는 늘 주머니 속 카메라였습니다.
항상 곁에 있어서 무심코 기록된 순간이 더 많은 카메라.
올림푸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가장 성실하게 인생을 기록한 브랜드였습니다.
4. 미놀타 – 전문가의 그늘에 가려졌던 숨은 강자
미놀타는 이상하게도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로 남았습니다.하지만 70~80년대 사진관과 인쇄소 현장에서는 미놀타가 꽤 강한 존재였습니다. 특히 SR-T 시리즈, X-700은 가격 대비 성능이 워낙 좋아 “니콘 못 사면 미놀타”가 아니라 “굳이 니콘 안 사도 되는 선택지”였습니다.
5060세대 중 사진 좀 해봤다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사실 미놀타 렌즈 색감이 더 좋았다” 는 말이 꼭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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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카메라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미놀타 X-700 |
미놀타 X-700 –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셔터
미놀타 X-700의 셔터 소리는 묘하게 잔향이 남는 소리입니다. 니콘처럼 강하지도 않고, 캐논처럼 둥글지도 않은데, 어딘가 속이 꽉 찬 소리.와인딩 레버를 당기면 “사각” 하는 감각이 손에 전해집니다. 기계가 스스로 정리정돈하는 느낌이랄까요.
휴대성도 딱 중간.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오늘 하루 들고 다니기 괜찮다”는 무게.
미놀타는 지금 브랜드로는 사라졌지만 그 카메라를 기억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전설급 가성비 왕입니다.
5. 라이카 – 부의 상징이 아니라 ‘결심’의 상징
5060세대에게 라이카는 요즘 말로 하면 명품 카메라가 아니라 인생에서 한 번쯤 하는 큰 결심이었습니다.퇴직금 일부로 자식들 결혼시키고 나서 혹은 평생 사진 찍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라이카를 샀다는 건 부자라는 뜻이 아니라, 나도 이제 나를 위해 써도 되겠다는 허락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대의 라이카에는 늘 진한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이건 내가 쉰 살 넘어서 처음으로 나를 위해 산 물건이다.”
라이카 M 시리즈 – 소리가 아니라 ‘기척’이 있는 셔터
라이카 셔터는 소리로 설명하면 오히려 부족합니다.“찰칵”도 아니고 “탁”도 아닙니다. “슥” 하고 지나가는 기척에 가깝습니다.
셔터가 닫히는 순간 기계가 아니라, 시간이 접히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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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하지 않는 신뢰와 아버지 세대의 기억 장치! 라이카 바르낙 |
와인딩은 또 다릅니다.
레버를 당길 때 마찰 하나 없는 듯하면서도 분명한 저항이 있습니다.
고급 만년필 뚜껑을 여닫는 감각과 비슷합니다.
외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장식은 없고, 직선과 곡선이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라이카는 사진기라기보다 몸에 붙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카메라를 들었다는 느낌보다 손에 하나의 감각이 더 생긴 느낌. 라이카는 그래서 카메라라기보다 인생의 쉼표에 가깝습니다.
6. 5060세대가 필름카메라 브랜드를 고르는 이유
이 세대에게 필름카메라 브랜드 순위는 판매량이나 중고가가 아닙니다.- 내가 처음 사진을 배웠을 때 옆에 있었는가
- 가족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했는가
- 내 손에 오래 남아 있었는가
그래서 5060세대의 필름카메라 선택은 언제나 기술의 역사보다 개인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5060세대가 요즘 필름카메라를 다시 손에 드는 건 유행 때문이 아닙니다. 사진이 잘 나와서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 인생을 가장 조용히 지켜봤던 물건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기 때문입니다.
필름카메라는 이 세대에게 취미가 아니라 회상 장치입니다. 셔터 한 번 누를 때마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기억 한 장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이들의 카메라 가방에는 렌즈보다 사연이 더 무겁게 들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