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탁스의 향기! 애증의 클래식 필름카메라 키예프4M
클래식 필름카메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키예프(Kiev)"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듯합니다. 굉장히 클래식하게 생긴 디자인으로 구소련 시대 우크라이나의 수도였던 키예프에서 생산되었고, 콘탁스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카메라라고 하지만 독일에서 생산된 콘탁스의 모델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키예프 4M은 그중에서도 유독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카메라입니다. 파란만장한 역사와 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하였지만, 애증의 필름카메라이기도 합니다.
콘탁스의 향기! 키예프 4M
키예프는 독일의 콘탁스(Contax)를 빼놓으면 존재 이유 자체가 희미해질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소련은 독일이 보유한 엄청난 기술적 전리품을 손에 넣었습니다. 독일 광학 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콘탁스 카메라의 생산 설비와 도면, 심지어 엔지니어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죠.독일 드레스덴의 콘탁스 공장 설비는 우크라이나의 아르세날(Arsenal) 공장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콘탁스 III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새로운 카메라가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키예프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4M은 그중에서도 후기형 모델로, 콘탁스의 정교한 기계식 셔터, 독특한 이중 베이오넷 렌즈 마운트, 그리고 넓은 베이스의 연동 거리계까지 모든 것을 계승했습니다. 공장만 옮겼을 뿐 독일 기술자들과 설비는 어느 정도 그대로였기에 콘탁스 카메라의 키예프 생산 모델인 셈이었죠.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초기에 생산된 모델은 독일 콘탁스의 기계적 완성도와 정밀도를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 비용 절감과 느슨한 품질 관리로 인해 개체별 편차가 심해졌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떤 키예프 4M은 셔터막이 뻑뻑하거나 셔터 속도에 오차가 발생하고, 내장된 셀레늄 노출계는 부정확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마치 러시안 룰렛 게임처럼 '뽑기 운'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편차가 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키예프 4M의 기술적 스펙
Kiev 4M은 독일 콘탁스의 기술적 사양을 바탕으로 견고하고 기능적으로 뛰어난 카메라였지만, 소련의 생산 환경과 품질 관리로 인해 그 성능이 항상 최상으로 발휘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빛나는 기술적 특징들은 Kiev 4M을 더욱 매력적인 클래식 카메라로 만듭니다. 다음은 Kiev 4M의 주요 기술 사양입니다.카메라 유형: 35mm 필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생산 기간: 1976년 ~ 1985년
필름 포맷 : 35mm 필름(표준 24x36mm 프레임 사이즈)
렌즈 마운트: 콘탁스 RF 마운트 (이중 베이오넷 방식)
- 내부 마운트: 50mm 및 그 이상 초점 거리의 렌즈용 (예: Jupiter-8M 50mm f/2)
- 외부 마운트: 35mm 및 광각 렌즈용 (예: Jupiter-12 35mm f/2.8)
표준 번들 렌즈
- Jupiter-8M 50mm f/2: Zeiss Sonnar 50mm f/2의 복제본으로, 부드러운 보케와 좋은 해상력을 제공합니다.
- Helios-103 53mm f/1.8: 후기 모델에 주로 장착되었으며, 독특한 스월리(swirly) 보케로 유명합니다.
셔터: 수직 주행 금속 포컬 플레인 셔터
- 콘탁스 셔터와 동일한 독특한 슬랫(slats)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셔터 막이 감겨 있는 롤러의 장력으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셔터 속도
B, 1/2, 1/5, 1/10, 1/25, 1/50, 1/125, 1/250, 1/500, 1/1000초
주의사항: 셔터 속도 다이얼은 반드시 셔터를 장전(필름 와인딩)한 후에 돌려야 합니다. 셔터가 장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셔터 속도 다이얼을 돌리면 셔터 메커니즘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초점 방식: 통합 광학식 연동 거리계
- 장점: 매우 긴 거리계 베이스 길이로 인해 높은 초점 정확도를 제공합니다. 특히 밝은 조리개 렌즈나 망원 렌즈 사용 시 유리합니다.
- 초점 조작: 일부 렌즈는 렌즈 자체의 초점 링을 사용하고, 일부는 카메라 상단의 별도 초점 휠을 사용하여 초점을 맞춥니다.
노출 측정 : 내장 셀레늄 노출계
주의사항: 비연동식 노출계입니다. 즉, 노출계가 지시하는 값을 보고 사용자가 수동으로 셔터 속도와 조리개를 설정해야 합니다.
오래된 셀레늄 노출계의 특성상 시간이 지남에 따라 셀레늄 광전지가 열화되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부 노출계를 사용하거나 Sunny 16 규칙 등을 활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뷰파인더
거리계와 뷰파인더가 통합된 일체형입니다.
50mm 렌즈에 맞춰져 있으며, 별도의 프레임 라인이나 시차 보정 기능은 없습니다. 시야율은 약 0.9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점 패치는 중앙에 명확하게 보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시인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셀프타이머: 기계식 셀프타이머 내장 (약 9-15초 지연)
플래시 동조: 1/25초 또는 더 느린 셔터 속도에서 X-동조 가능.
애증, 그리고 독특한 경험
당시뿐 아니라 현재의 사용자들 사이에서 키예프 4M은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입니다.1). 콘탁스의 DNA를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
많은 사용자들이 키예프를 클래식 필름카메라 또는 콘탁스 입문용으로 평가합니다. 오리지널 콘탁스는 가격대가 높고 구하기도 어렵지만, 키예프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콘탁스의 조작감과 뛰어난 광학성능의 RF렌즈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어쨌든 카메라 전면의 로고만 없다면 콘탁스와 키예프 모델을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장식용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2). 손맛이 일품! 묵직한 조작감과 독특한 초점 방식에 빠져든다.
키예프의 독특한 셔터 속도 다이얼과 카메라 상단의 다이얼을 돌려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그 아날로그적인 손맛에 중독된다는 평이 많습니다. 다만, 제품에 따라 일부 기능과 정밀도에서 품질 편차가 있습니다. 중고 구매 시에는 반드시 카메라의 작동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시연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3). 내장 노출계는 장식품, 하지만 렌즈는 명불허전!
많은 사용자들이 내장 노출계의 신뢰성을 지적하며 외부 노출계 사용을 권장합니다. 요즘 중고마켓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내장 노출계는 이미 고장난 상태입니다. 그러나 번들 렌즈인 Jupiter-8M이나 Helios-103의 뛰어난 해상력과 독특한 보케(배경 흐림)에 대해서는 칭찬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흑백 사진에서 키예프 렌즈들의 진가가 발휘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키예프 4M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의 기술 경쟁, 그리고 소련 특유의 생산 방식이 빚어낸 역사적 유물입니다. 애증의 클래식 카메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콘탁스의 기술적 유산과 렌즈들이 선사하는 결과물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기술적 불완전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키예프 4M이라는 클래식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