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세로형 실루엣의 120 중형카메라, 코와 식스(Kowa SIX)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클래식 중형 카메라를 생각해보면 Hasselblad 500C/M, Mamiya 645, 혹은 Bronica 시리즈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들 카메라는 대체로 가로로 묵직하게 퍼지는 정육면체 또는 직사각형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산업용 기계처럼 단단하고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들과 나란히 놓았을 때 유독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바로 코와 식스(Kowa Six)입니다. 코와 식스는 가로형 바디가 주류를 이루던 중형 카메라 시장에서 과감하게 세로로 길게 떨어지는 독특한 실루엣을 선택했습니다. 핫셀블라드나 마미야가 '묵직한 가로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코와 식스는 마치 한 자루의 정교한 금속 공구처럼 위아래로 길게 뻗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로로 태어난 중형 카메라, 코와 식스의 독특한 아름다움!
카메라라기보다는 어딘가 작은 조각 작품을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코와식스 66 필름카메라
세로로 태어난 중형 필름카메라, 코와 식스의 독특한 아름다움!

시각적 대비와 반전의 미학, 블랙 앤 화이트

코와 식스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왜 이 카메라가 단순한 촬영 도구 이상의 매력을 갖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로형 중형 카메라들이 단색의 묵직한 밀리터리 룩이나 블랙과 크롬의 조합으로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코와 식스는 검은 바디와 밝은 색상의 렌즈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투톤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어두운 밤하늘 위에 떠 있는 은빛 달처럼, 검은 바디 위에 놓인 밝은 색상의 렌즈는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검은색 바디 위로 길게 솟은 렌즈와 세로로 정돈된 선들은 묘하게 날렵합니다. 덩치가 있는 중형 카메라임에도 둔해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특히 전면부는 단단하고 강인한 직선과 각진 면을 사용해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를 뒤집어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후면부에는 손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부드러운 라운드 형태가 자리합니다. 앞에서는 차갑고 단단한 금속 기계처럼 보이는데, 뒤에서는 의외로 부드럽고 유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치 갑옷을 입은 기사가 투구를 벗었을 때 드러나는 인간적인 얼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각진 전면과 둥근 후면.
  • 차가운 금속과 부드러운 곡선.
  • 검은색과 밝은 렌즈.

이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한 몸 안에서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와 식스는 어느 한쪽에서만 바라보기보다는 손에 들고 천천히 돌려가며 바라볼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잘 드러나는 카메라입니다.

마미야 645 사용법  



설레는 아날로그의 시작, 120 필름을 장착하는 시간

코와 식스의 매력은 외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출사를 나가기 전 120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하는 순간부터 이미 촬영은 시작됩니다.
디지털 카메라라면 메모리카드를 넣고 배터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필름카메라는 조금 다릅니다. 백 커버를 열고 묵직한 필름 스풀을 제자리에 끼운 다음, 화살표 표시를 맞춰 천천히 필름을 감아줍니다.

손끝에 전해지는 필름의 감촉과 스풀을 돌릴 때의 작은 저항감.

어쩌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수고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번거로움이 필름카메라의 낭만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한 장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시대이기에, 오히려 한 장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추고 준비하는 시간이 소중해집니다.

필름을 넣고 웨이스트 레벨 뷰파인더를 '탁' 하고 열어봅니다.
그러면 눈앞의 세상이 작은 액자 하나 안으로 들어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뷰파인더 속 풍경은 평소 우리가 바라보던 세상과 조금 다릅니다. 좌우가 뒤집힌 모습으로 나타나는 장면을 바라보며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렌즈의 초점 링을 천천히 돌리고 흐릿했던 피사체가 또렷하게 맞아가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초점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전에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심장을 울리는 묵직한 셔터음

그리고 마침내 촬영의 순간이 찾아옵니다.필름을 감고 셔터를 장전한 뒤, 피사체를 다시 바라봅니다.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셔터 버튼을 지긋이 누릅니다.

"착—찰칵!"

코와 식스의 셔터음은 가볍게 끊어지는 소리가 아닙니다. 금속 부품들이 서로 맞물리며 한순간에 움직이는 듯한 단단하고 묵직한 기계음이 바디 전체를 타고 전해집니다. 미러가 힘차게 올라가고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짧은 순간. 손바닥에는 작은 진동이 남습니다.

마치 오래된 시계의 태엽이 한 번 힘차게 풀리면서 시간을 기록하는 것처럼, 코와 식스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찰나의 시간을 기계적인 소리로 새겨놓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감각입니다. 사진이 찍혔다는 사실을 화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손끝과 귀로 사진 한 장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름카메라의 셔터음은 단순한 작동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촬영자가 기다리고, 바라보고, 결정한 끝에 내리는 작은 마침표입니다.

카메라 위키 사이트  



코와 식스, 사진을 찍는 도구를 넘어

성능만 놓고 본다면 코와 식스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핫셀블라드와 마미야, 브로니카에는 이미 훌륭한 중형 카메라들이 많고, 오늘날에는 훨씬 편리하고 빠른 디지털 카메라도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코와 식스를 찾습니다. 아마도 카메라는 결국 사진만 찍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세로로 길게 뻗은 독특한 실루엣.
  • 검은 바디와 밝은 렌즈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대비.
  • 차갑고 날카로운 전면부와 손에 감기는 부드러운 후면부.
  • 120 필름을 직접 끼우고 감아야 하는 번거로움.
  •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 속에서 뒤집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
  •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셔터의 진동.

이 모든 것이 모여 코와 식스라는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코와 식스는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라기보다, 사진을 찍는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게 만드는 카메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
  • 그리고 셔터를 누른 뒤 필름 속에 무엇이 담겼을지 한참을 기다리게 하는 것.
  • 그 기다림까지도 사진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래서 코와 식스는 단순한 중형 필름카메라가 아니라, 기계와 사진, 그리고 감성이 만나는 하나의 작은 예술품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우리가 오래된 카메라를 다시 손에 쥐는 이유도 이런 것인지 모릅니다.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 한 장을 찍는 순간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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