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입문자를 위한 필름 구매 가이드와 노출 꿀팁(뇌출계)
필름카메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입문자들에게는 필름 구매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필름카메라의 사용법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필름을 구매하려고 하면, 종류가 너무 많아 어떤 필름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름박스에는 필름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지만, 영어로 쓰인 작은 글씨에서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필름 박스에 숨겨진 의미를 정리하면서 날씨에 따른 간단한 노출 설정 팁(노출계)까지 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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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구매시에는 제품 박스에 적혀진 정보를 잘 확인하고 구매를 합니다. |
필름카메라 입문자를 위한 필름 구매 가이드
필름 박스에는 여러분의 사진 결과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들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필름박스를 확인하지는 않겠지만, 필름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최소한 이런 기본적인 내용은 이해하고 있는게 촬영에 도움이 됩니다.
필름 박스에는 필름 규격과 촬영 장수, 흑백과 칼라, 사용기간 등의 중요한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제조사 및 필름 종류: 코닥이냐, 후지필름이냐 ?
필름박스 전면에는 코닥(Kodak), 후지필름(Fujifilm), 일포드(Ilford), 아그파(Agfa) 등 다양한 제조사명이 크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 제조사마다 필름의 색감, 콘트라스트, 입자 표현 방식이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코닥은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 계열이 특징이며, 후지필름은 싱그러운 초록색 계열이 돋보입니다.Kodak Gold, Portra, Ektar(코닥), Fujicolor C200, Superia, Provia(후지필름), HP5 Plus, FP4 Plus(일포드 흑백) 등 필름의 고유 이름은 각 필름의 특성과 색감을 나타냅니다. 다양한 필름을 직접 사용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인생 필름'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필름 카메라의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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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 입문자라면 필름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
2. 필름 감도 (ISO/ASA/DIN)-빛에 반응하는 민감도
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필름의 감도 표기 방식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어두운 곳이나 작은 빛에서도 촬영하기 유리합니다. 필름박스에 가장 큰 숫자로 쓰여져 있습니다.(100,200,400, 800, 1600). 이렇게 배수로 올라가게 되며 200과 400의 차이는 셔터속도나 조리개 한 스탑과 연관되어 움직이게 됩니다.2-1). ISO 50/100/200: 저감도 필름이라고 하며, 입자가 곱고 선명하며 색감이 풍부하여 주로 야외 주광(햇빛이 쨍한 날)이나 스튜디오 등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 사용됩니다. 맑은날 풍경과 인물 사진에 적합합니다.
2-2). ISO 400: 범용성이 가장 높은 필름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어 입문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감도입니다. 실내외 모두 활용도가 높습니다. 보통 예식장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플래쉬 없이도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셔터속도 확보가 가능합니다.
2-3). ISO 800/1600 이상: 고감도 필름이라고 하며 빛이 부족한 실내나 야간 촬영,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 촬영에 유리합니다. 다만, 입자가 거칠어져 노이즈처럼 보일 수 있으며 색 표현이 다소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컬러 (Color)와 흑백 (Black & White)- 색감의 선택
보통 필름박스에 작은 글씨로 Color 또는 Black & White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간혹 Color Negative Film이라고 쓰여지 있는 필름도 있지만, 이 역시 컬러필름이라는 의미입니다.3-1). 컬러 (Color Negative Film): 우리가 흔히 보는 컬러 사진을 만들어주는 필름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필름으로 코닥 골드 200, 컬러플러스 200 등 대부분이 컬러필름입니다.
3-2). 흑백 (Black & White Negative Film): 이름 그대로 흑백 사진을 만들어주는 필름입니다. 콘트라스트와 톤의 변화를 통해 독특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기서 네거티브 (Negative)와 포지티브 (Positive/Slide/Reversal) 필름에 대해서 잠깐 알아봅니다.
3-3). 네거티브 필름(Negative Film)은 가장 일반적인 필름 종류입니다. 이 필름은 현상 시 빛의 밝기와 색상이 반전된 음화(네거티브)가 생성됩니다. 이후 인화과정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양화(포지티브) 사진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Color Negative Film" 또는 "Black & White Negative Film" 등으로 표기됩니다.
3-4). 포지티브 필름(Positive Film)은 현상 즉시 실제 이미지가 그대로 나타나는 필름입니다. 슬라이드 필름이라고도 불리며,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영사하거나 스캔하여 디지털 파일로 활용합니다. 네거티브 필름보다 색감이 선명하고 입자가 고와 전문 사진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다만 구매부터 현상까지 네거티브 필름보다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4. 촬영 컷수 (Exposures): 한 롤에 몇 장?
필름은 1롤 단위로 판매가 됩니다. 필름 한 롤로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24Ex, 36으로 필름박스에 표시) 일반적으로 24매, 36매 필름이 대부분이며 24매에 비해서 36매가 더 비싼편입니다. 12장을 더 찍을수 있기에 당연한 말인거 같네요!5. 유통기한 (EXP): 필름도 사용기간이 있어요!
필름 박스에는 반드시 유통기한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보통 박스 뒷면에 검은색으로 마킹되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색상 변이, 입자 거칠어짐, 감도 저하 등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빈티지하고 독특한 효과를 원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용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결과물을 원한다면 가급적 유통기한 내의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실에 보관할 경우, 4-5년 이상 지나도 미세한 색상 변이나 채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대체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6. 필름 포맷: 내 카메라에 맞는 필름 규격은?
필름 포맷은 필름의 물리적인 크기를 의미하며, 사용하는 카메라에 따라 맞는 포맷의 필름을 구매해야 합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두 가지 포맷은 135 필름과 120 필름입니다. 필름 박스에 작은 글씨로 120 또는 135라고 쓰여져 있습니다.6-1). 135 필름 (35mm 필름)
가장 보편적인 필름 포맷으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 (자동필름카메라, 똑딱이, SLR, RF 카메라 등)가 35mm 카메라입니다. 필름 너비가 35mm여서 35mm 필름이라고도 불립니다. 카메라와 필름의 종류가 다양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현상 및 인화가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한 편입니다. 120 필름에 비해 필름 면적이 작아 해상도나 디테일 표현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습니다.캐논 AE-1, 니콘 FM2, 라이카 M, 올림퓨스 뮤, 롤라이 35, 미놀타 X700. 펜탁스 MX 등이 모두 35mm 필름카메라입니다.
6-2). 120 필름 (중형 필름)
135 필름보다 더 큰 필름 포맷으로, 주로 중형 카메라에서 사용됩니다. 필름 너비는 약 6cm이며, 카메라에 따라서 이미지 비율(6x4.5, 6x6, 6x7, 6x9 등)아 달라집니다. 보통 1롤을 카메라에 넣으면 필름카메라에 따라서 10-16장 정도 촬영이 가능합니다. 필름 면적이 넓어 훨씬 뛰어난 해상도와 풍부한 디테일을 제공합니다. 특히 인물 사진에서 부드러운 아웃포커싱과 뛰어난 입자감을 자랑합니다.핫셀블라드 500C/M, 롤라이플렉스, 마미야 RZ67, 이안리플렉스 등의 120mm 중형 필름카메라에 사용이 됩니다.
필름카메라 입문자를 위한 노출 설정 꿀팁 (뇌출계 Or Sunny 16 Rule)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자동 노출 기능이 없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뇌출계(머릿속 노출계)"라 불리는 "Sunny 16 Rule"을 활용해 촬영합니다. 이 규칙은 필름 관용도 범위 내에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대략적으로 설정하는 간단한 가이드라인입니다.1. 필름 관용도
쉽게 말해서 필름 관용도(Exposure Latitude)는 사진을 찍을 때 노출이 완벽하게 맞지 않더라도 이미지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노출 오차의 범위를 의미합니다. 적정 노출에서 1-2스탑 오버나 언더가 되어도 사진이 망가지지 않고 어느 정도 복구 가능한 여유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듯 합니다. 네거티브 필름 (Negative Film)과 고감도 필름이 관용도가 상대적으로 넓은 편입니다.2. 뇌출계(Sunny 16 Rule)의 기본 원리
맑은 날 (Sunny)에 조리개를 f/16으로 설정하고, 셔터 속도는 필름 감도(ISO)의 역수로 설정하는걸 기본으로 합니다.예시) ISO 100 필름: 셔터 속도 1/100초 (또는 1/125초), ISO 400 필름: 셔터 속도 1/400초로 설정하면 됨
이러한 기본 원칙에서 당일 날씨 환경에 따라서 조리개 값을 한 스탑씩 줄여주는 개념입니다. 자세한건 아래 표를 참고하면 됩니다.
3. 날씨에 따른 노출 조절 (ISO 100 필름 기준)
과거에는 필름박스 안쪽에 일반적인 노출표가 일러스트와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오늘 확인해 보니 이제 그런 정보가 없네요! 그래서 비슷하게 그려보는데요, 어디까지나 노출계가 없을때 참고할 만한 내용일뿐입니다. 이 표는 ISO 100 필름을 기준으로 한 가이드이며, 다른 감도의 필름을 사용할 때는 셔터 속도를 필름 감도에 비례하여 조절해야 합니다. 셔터속도 100 구간이 없는 카메라는 "1/125초" 로 맞추면 됩니다. 만약 감도(ISO) 200 필름을 사용한다면 셔터속도를 한 스텝 빠르게(1/250), ISO 50 필름은 1/60로 한 스텝 느리게 설정합니다.날씨환경 | 조리개 (f-stop) | 셔터(ISO100기준) | 비고 |
밝은 배경/설경 | F 22 | 1/100초 | 빛이 많이 반사되는 환경 |
쨍한 햇빛 | F16 | 1/100초 | 그림자가 짙고 선명한 환경 |
약간 흐림 | F 11 | 1/100초 | 그림자가 흐릿하게 보임 |
흐린날 | F 8 | 1/100초 |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음 |
매우 흐린날 | F 5.6 | 1/100초 | 그림자가 전혀 없음 |
그늘 | F 4 | 1/100초 | 건물이나 나무 그늘아래 |
필름 카메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욱 흥미롭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필름에는 관용도라는 여유로움이 있으며 또한 현상과 인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노출 보정이 가능합니다. 필름 박스의 정보를 제대로 읽고 뇌출계를 활용해 빛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멋진 필름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경험이 최고의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