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RB67, 손맛으로 찍는 중형카메라의 매력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중형 필름카메라가 있습니다. 존재감이 남다른 마미야 RB67은 묵직한 외형과 수동의 손맛, 그리고 독보적인 해상력으로 많은 전문 사진작가와 상업적 사진가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기종입니다. 1980-90년대 대표적인 예식장의 원판 사진기로 활용되었고, 동네 사진관에 가면 어김없이 마미야 RB67이 메인 카메라로 스튜디오에 놓여 있었습니다. 중형카메라로써의 마미야 RB67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아볼까 합니다. 

마미야RB67
RB67은 웅장한 아날로그적 셔터소리와 모듈식의 악세사리가 최대 장점입니다.

마미야 RB67의 기본 정보

RB67은 기본 6x7cm 포맷의 필름백을 사용하고 그 이름처럼 필름백을 회전시켜 세로사진과 가로사진을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이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고 지금도 실사용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 출시년도: 1970년
  • 제조사: 일본 마미야(Mamiya)
  • 포맷: 120 중형 필름 (6x7cm 포맷)
  • 셔터 방식: 렌즈 셔터(Leaf Shutter)
  • 포커싱 방식: 벨로우즈 방식의 수동 포커싱
  • 필름백 교환 가능 – 한 카메라 바디에 흑백,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자유롭게 장착 가능
  • Revolving Back (회전하는 필름백)외 폴라로이드 백의 장착 가능
중형필름 외에도 폴라로이드사의 고품질 FP-100 즉석 필름(필름백)과 마미야의 렌즈색감이 만나 훌륭한 즉석 사진을 경험하는 건 마미야만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폴라로이드 필름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별도의 인스탁스 필름백을 구매해서 사용이 가능)  

중형카메라로써의 가치

중형 필름카메라는 일반 35mm보다 큰 필름을 사용해 해상도와 묘사력이 탁월합니다. 특히 마미야 RB67은 6x7cm 포맷, 흔히 ‘이상적인 프레임비’라고 불릴 만큼 인화 시 안정감 있는 비율을 제공합니다.
  • 놀라운 디테일 표현력: 대형 인화에서도 선명함 유지
  • 입체감 있는 보케: 큰 필름과 고정밀 렌즈가 만들어내는 부드럽고 깊은 아웃포커싱
  • 수동 촬영의 묘미: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 한 장 한 장에 더 큰 의미가 담깁니다.
RB67은 '느리지만 확실한' 사진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합합니다. DSLR이나 미러리스처럼 빠르진 않지만, 한 장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창작활동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미야 RB67은 ‘사진 찍는 벽돌’이라 불릴 정도로 크고 무겁습니다. 바디만 해도 약 2kg, 렌즈와 필름백까지 포함하면 3kg에 육박하기에 장시간 들고 찍기엔 무리가 있어 삼각대가 필수인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이 무게는 단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사진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하고, 한 장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초점을 맞추고 노출을 측정하는 그 모든 과정이 사진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게다가, RB67 특유의 웅장한 셔터음은 팬들에게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철푸덕~!" 하는 웅장하고 깊이 있는 기계적인 소리가 '아날로그 감성'을 한층 끌어올려 주기에 충분합니다. 

인물과 풍경, 예술사진에 최적화

마미야 RB67은 특히 스튜디오 인물 사진에 강점을 가진 카메라입니다. 벨로우즈 포커싱과 정확한 렌즈 성능 덕분에 미세한 초점 조절이 가능하고, 해상도도 뛰어나 피부 표현이나 질감 묘사가 탁월했습니다. 
  • 인물 사진 – 깊이 있는 톤 표현과 배경 흐림이 매력적
  • 풍경 사진 – 탁월한 묘사력으로 계절과 빛을 담아냄
  • 예술 사진 – 수동 조작과 큰 필름 포맷이 예술적 의도를 살려줌
  • 아트북, 포스터 인화 – 고해상도 작업에도 무리 없음
사진 작가 앤 니 리보비츠(Annie Leibovitz)가 초창기 작업에서 이 카메라를 사용한 것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인물 사진에 담긴 깊은 감성과 디테일은 RB67의 힘도 컸다고 평가받습니다.

RB67의 명품 렌즈군 

마미야 RB67은 모듈형 구조로, 다양한 렌즈를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카메라에 사용되는 렌즈는 Mamiya Sekor C 시리즈로 불리며, 고정밀 광학 설계와 깊이 있는 색 표현, 우수한 해상력으로 지금도 필름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색 표현이 부드럽고 풍부한 편으로 과도한 샤프니스보다는 자연스러운 해상도에 중점을 두며, 이는 필름 특유의 질감과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1. Mamiya Sekor C 90mm f/3.8(표준렌즈)

가장 많이 쓰이는 다목적 렌즈로, 입문자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결과물이 뛰어납니다. 해상력이 우수하면서도 적당히 부드러운 콘트라스트를 갖추고 있어 흑백 촬영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제공합니다.
  • 표준렌즈 (35mm 환산 약 45mm)
  • 가볍고 날렵한 설계, 비교적 밝은 조리개의 뉴트럴 한 색 재현, 피부톤 표현이 부드러움
  • 인물/일상 스냅/여행


2. Mamiya Sekor C 127mm f/3.8 

인물 사진에 적합한 렌즈로, 배경과 피사체를 부드럽게 분리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특히 역광에서의 하이라이트 표현이 아름다워, 감성적인 인물사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극 추천됩니다.
  • 준망원 렌즈 (35mm 환산 약 63mm)
  • 부드러운 배경 흐림과 안정된 원근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조, 채도가 은은함
  • 인물/흑백 사진/예술 촬영

3. Mamiya Sekor C 50mm f/4.5

6x7 포맷에서 광각은 매우 희귀한데 이 렌즈는 그러한 요구를 만족시킵니다. 풍경을 담을 때 탁 트인 구도와 깊이 있는 원근감을 부여하며, 특히 하늘과 자연을 촬영할 때 그 푸른색의 재현력이 인상적입니다.
  • 광각 렌즈 (35mm 환산 약 25mm)
  • 넓은 화각과 왜곡 억제력이 우수하며 시원하고 맑은 색조, 청량한 블루톤
  • 풍경/건축/여행 사진


4. Mamiya Sekor C 180mm f/4.5 

인물 사진에서 배경을 최대한 날리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색감은 진중하고 깊으며, 흑백 필름에서의 그레인 묘사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얼굴을 강조하고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데 적합한 렌즈입니다.
  • 망원 렌즈 (35mm 환산 약 90mm)
  • 강한 배경 압축과 얕은 피사계 심도로 농도 짙은 톤에 강한 대비와 묘사력이 우수
  • 포트레이트/보도/다큐멘터리

이러한 마미야의 렌즈는 렌즈고유의 색감뿐 아니라 어떤 필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사진의 분위기와 정서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RB67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RB67,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까?

RB67은 중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활발히 거래되며, 렌즈와 필름백, 액세서리도 어렵지 않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수동 조작 위주의 기계식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카메라처럼 고장걱정이 적기에 제대로 관리한다면 앞으로도 수십 년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필름 사진 입문자나 아마추어 취미생들에게 RB67은 제대로 된 필름 카메라를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 될 듯합니다.

마미야 RB67은 빠르고 편리한 현대 디지털카메라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걷는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그 느림과 무게는 오히려 사진이라는 예술의 본질을 더 깊이 느끼게 합니다. 한 장을 찍기 위해 고개를 숙여 보고, 신중하게 초점을 맞추고 기다리는 모든 과정이 기억으로 남으면서 그 사진에는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의 삶에도 그런 사진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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